티스토리 뷰

오마이뉴스에 실린 ON동네 방송국!



축소
세월호 1주년을 앞두고 강릉에서 청년들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벽화그리기 초벌작업을 마치고 ⓒ 진솔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자리 잡은 지 만으로 6년이 흘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살게 됐던 낯선 동네. 시간이 흐르면서 어리바리했던 풋내기 대학생 생활도, 서울이라는 큰 도시에서의 적응도 차차 나아졌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학부 동기나 동아리 사람들과 자주 가던 뒷풀이용 술집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한 밥집을 제외하면 내가 동네에 대해 아는 정보들은 사실상 전무 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맞겠다. '학교를 졸업하면 곧 떠나겠지'하는 마음은 나를 몇 년 동안이나 뜨내기로 살게 만들었다. 서울에 살면서 마을, 공동체, 이웃 주민이라는 단어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중요 관심사는 대부분의 20대가 그렇듯 취업과 '스펙'으로 묶여갔다. 

세월호, 근본적 물음을 던지게 하다

2014년 4월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전공이 언론학과였기에 졸업 후 관련 직종에 취직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고 그쪽에 관심 있는 친구들의 방향이 흔히 그러하듯 '언론 고시'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찰나, 시리던 봄의 한 가운데 세월호가 침몰하며 아이들을 삼켜버렸다. 그 정신 없던 과정 속에서 나는 언론의 민낯을 보았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횡횡했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책임 속에서 언론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과정들은 내 꿈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나는 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나?

그 뒤, 졸업을 미루고 강릉에 내려가 직접 지역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작업들을 시작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사람을 모으고, 행동하고, 그 내용을 SNS와 직접 쓴 기사들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 경험 속에 내가 생각했던 언론의 의미를 조금씩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소통함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지만 단단한 힘이 쌓여간다면 분명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서울로, 마을 방송국 <ON동네>를 차리다

축소
세월호 1주년을 앞두고 강릉에서 청년들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벽화그리기 작업을 마치고 ⓒ 진솔아


축소
동대문구의 '푸른시민연대'로부터 청소년공간을 후원받아 마을 방송국을 시작할 수 있었다. 사진은 청소년공간 '모두가' ⓒ 김광호


졸업을 하기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와 학교 근처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을 방송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동체 라디오', '마을 방송', '우리 동네','주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일단 어떻게든 엮어보자고 생각했다. 어머니 한글학교 자원 교사 활동을 하는 동안 만난 친구와 뜻이 맞아 함께 시작했다. 작지만 우리 삶의 이야기들을 직접 공유하고 퍼뜨릴 때 '의미 있는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서울시 마을 미디어 지원센터에서 '마을 미디어 교육 지원 사업'에 응모했고, 운 좋게 선정 되었다. 

공모 사업 이름을 'DDP라디오 프로젝트'로 지었는데, 의미는 'D(동대문 없는)D(동대문구에 사는)P(People,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동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살아갈까? 동대문구에 동대문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동네를 잘 모르고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질문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 방송국, 마을에서 하는 팟캐스트 라디오 제작에 사람들이 관심 있을까' 했던 처음의 우려와 달리 모집 기간이 끝나 갈수록 더 많은 참여 연락이 왔다. 우리가 <ON동네 방송국>을 만들고 처음 지원했던 사업의 내용은 '팟캐스트 라디오 제작 과정'이었다. 공동체 라디오에 공공재인 주파수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형태는 팟캐스트형 공동체 라디오가 거의 유일하다. 20명 남짓한 교육생이 모여 지난 3일 첫 수업을 시작했다.

각양각색의 마을사람이 만드는 우리 동네 이야기

축소
함께 할 주민들을 모집하기 위해 동네 길목에 현수막을 붙이는 등 홍보작업을 진행했다. ⓒ 김광호


축소
9월 10일 진행되었던 마을미디어 기본교육 수강에 집중하고 있는 참여자들 ⓒ 김아리


오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간, 20대 대학생부터 60대 자영업을 하시는 주민 분까지 다양한 주민이 속속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미 모집 정원 15명을 훌쩍 넘은 지 오래. 하지만 참여자들의 의지를 돌릴 수 없어 받아 들인 23명의 주민 교육생이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공동체 라디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글을 읽고, 쓰고, 해석하는 것처럼 미디어를 읽고, 쓰고, 해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누구나 미디어를 이용하고 그 콘테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이 직접 만드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은 값진 의미를 지닌다. 기획 하고, 대본 쓰고, 콘텐츠를 채우고, 편집 하고, 송출 하는 모든 과정을 주민이 직접하는 것이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소수의 사람이 사전에 선별하거나 편집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마을 이야기를 충분히 그리고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얼마나 즐겁고 진지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마을 안에서 풀어나갈지 벌써 기대가 된다. 동네의 작은 산책길을 좋아한다는 경희대 조소과에 다니는 친구, 마을에서 오랜 시간 텃밭을 가꿔온 아저씨, 아이를 맡기고 라디오 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두 아이의 엄마, 꿈과 삶에 대해 부침을 겪고 있는 취준생부터 1인 홍보 대행사 대표님까지.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을을 어떻게 변화하게 할 지 너무나 궁금하다. 

마을의 작은 구심점 많이 만들고 싶어

축소
마을미디어 기본교육 1차시 ⓒ 김아리


축소
마을미디어 교육이 끝난 뒤에 꼭 함께하는 점심과 뒷풀이 ⓒ 김광호


우리는 이제 막 'ON동네 방송국'의 이름으로 팟캐스트 제작 무료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단지 마을 팟캐스트를 제작하는 것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미디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마을을 좀 더 정감 있고 끈끈한 이웃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이슈는 무엇인지, 내 주변에는 어떤 이웃들이 살고 있는지, 삼거리 코너의 맥즛집 사장님은 왜 갑자기 문을 닫았는지 등 조금만 주변에 관심을 갖는다면 각자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흔히 요즘 우리는 빚질 줄 모르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슈퍼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면서 동전이 부족할 때 '이따 가져다 드릴게요'라는 말도 꺼내기 힘든 사회. ON동네에서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 제작 교육 과정이 끝날 무렵 정식 방송국 개국식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이문동 축제인 독구말 상가 축제에 참여하고, 청년과 번개 만남을 하기도 하며, 동네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

이미 서울에는 각 동작FM, 마포FM등 마을을 기반으로 한 방송국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마을 방송국은 그 자체로 주민의 미디어 참여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더나아가 마을에서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끈끈한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가치를 실제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ON 동네 방송국>역시 지금보다 더 나은 동대문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 모두가 꿈꾸는 희망적인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온' 동네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동대문구의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부대끼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동대문구 마을 방송국 홈페이지: http://ondongne.org/ 

※ ON동네 방송국의 ON은 ON-Air에서 따온 것으로, 동네 곳곳으로 마을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출처: http://m.ohmynews.com/NWS_Web/Mobile/at_pg.aspx?CNTN_CD=A0002146362






'미디어 속의 ON동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마이뉴스에 실린 ON동네 방송국!  (0) 2015.10.05

Recent Comments